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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송은 어떻게 흘러왔나

감자골 4인방을 아시나요?

by 빵주작가 2023. 5. 20.

1991년은 예능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해입니다. 민영 지상파 TV인 SBS가 개국을 준비하면서 KBS와 MBC라는 양대 산맥으로만 지탱해 오던 거대한 구도가 일시에 무너졌습니다. 신생 SBS는 물론이고 KBS와 MBC도 자구책을 찾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 예능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감자골 4인방에 대해 알아봅니다. 

 

1991년 대한민국 예능의 거물들 대거 KBS 입성

SBS는 KBS와 MBC에서 활동하던 전속 개그맨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영입 공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MBC는 이홍렬, 박미선, 정재환 등의 간판 개그맨들이 SBS 예능국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던 광활한 고양시 일산 탄현으로 넘어갔고, KBS의 이봉원, 최양락, 심형래 등의 막강한 개그맨들도 탄현에서 새로운 예능 세상을 열어젖힐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1980년대 내내 KBS에 밀려왔던 MBC는 송창의 피디의 진두지휘 아래 '90년대 코미디'라는 철학으로 무장하여 <일요일일요일밤에>를 재정비하여, 90년대 주말 예능을 지배할 준비를 마칩니다.

 

문제는 KBS였습니다. 워낙 많은 무게감 있던 개그맨들이 빠져나갔기에, 신입 개그맨 충원이라는 고육책을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1991년 5월 4일 개최된 <KBS 제1회 대학개그제>입니다. 전국에서 웃기는 일이라면 둘째 간다면 서러워할 대학생 132명이 응모했습니다. 1차 실기, 2차 카메라 테스트와 즉흥 연기를 거쳐 방송으로 방영되는 3차 결선에는 총 10팀 15명이 진출합니다.

 

이렇게 들어온 KBS 공채 7기 개그맨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용만, 김국진, 박수홍, 김수용, 남희석, 양원경, 윤기원, 최승경, 엄경필 그리고 유재석.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이 중 단 한 사람 유재석만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신인 개그맨들은 들어오자 마자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스타덤에 오릅니다. 특히, 김국진 김용만 김수용 박수홍은 '감자골 4인방'이라는 이름으로 폭풍 활약을 합니다. 들어온 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은 1992년 10월 31일 자 경향신문의 기사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심형래 김형곤 임하룡 등 중견 코미디언들의 아성을 깨고 방송 경력 1년 정도의 신인들이 각 방송 코미디, 오락 프로에서 맹활약하며 부상, 코미디언들의 인기 판도가 바뀌고 있다. 현재 신인 코미디언 가운데 돋보이는 이들은 KBS-TV의 김용만(25) 김국진(26) 양원경(24) 박수홍(22) 등. (중략) 지난해 KBS 대학개그제를 통해 데뷔한 김용만, 김국진 등은 현재 <토요 전원 집합>의 메인 MC를 맡은데 이어 <웃음한마당> <한바탕 웃음으로> 등의 코미디 프로에서 주요 코너들을 이끌고 있다. 박수홍의 경우 코믹 연기보다는 183센티미터의 훤칠한 체구와 잘생긴 용모로 그가 등장할 때마다 방청석에서 웃음이 아닌 함성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게 하는 기사입니다.

 

감자골 4인방, 초유의 방송활동 중단 결정

그렇지만 뭐든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인가 봅니다. 데뷔하자마자 KBS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점점 이들이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갔습니다. SBS가 개국한 상황이라 방송 삼국지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KBS에서 예능 좀 한다는 제작진들은 이들을 캐스팅하기에 바빴습니다. 김국진을 부르지 않는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김용만은 일주일에 11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고 박수홍은 7개, 김수용은 6개를 했습니다. 결국 사달이 납니다. 김용만이 쓰러졌고 허리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박수홍은 군대를 가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결국 이들은 당시 개그맨으로서는 초유의 결정을 내립니다. 방송활동 중단. 1993년 1월 10일의 일이었습니다. 사태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1993년 2월 11일. 감자골 4인방이 서울 여의도 MBC의 한 스튜디오에 나타났습니다. <일요일일요일밤에>  녹화를 하러온 것이고, 명분은 방송활동 중단으로 인한 시청자에 대한 인사였습니다. 그런데, KBS 개그맨 50여 명이 MBC로 몰려온 것입니다. <일요일일요일밤에>의 녹화는 중단되었습니다. 당시 신문에서 대서특필되었습니다. 「은퇴 선언 개그맨 4인방 MBC 갔다」 KBS 개그맨들은 4인방이 MBC로 이적을 하기 위해 간 것으로 오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KBS 희극인실에서 제명을 당합니다. 4인방은 미국으로 가기로 추진하는데, 박수홍은 군대로 가고 김수용은 비자 발급이 안 되어 결국 김국진과 김용만과 본의 아닌 미국 유학 생활을 하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때가 1993년 6월이었습니다.

 

정부수립 50년간 가장 사랑 받은 연예인 1위 김국진

김국진 김용만은 1년 정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화려하게 복귀를 합니다. 이번엔 KBS 뿐만 아니라 MBC로 영역을 확대하여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김국진은 MBC에서 <테마게임>으로 그만의 연기를 하게 되고, <일요일일요일밤에>의 MC가 되면서 '밤새지 말란 말이야!' "여보세요?' '어라?' '사랑해요~' 등의 유행어를 쏟아냅니다. 

 

1998년 여름, MBC 주말 예능 <쇼! 토요특급>에서 정부 수립 50주년을 맞아 갤럽을 통해 국민들에게 물었습니다. '지난 50년간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누구입니까?' 전국의 11~59세 남녀 수천 명의 답은 조용필도 최불암도 나훈아도 서태지와 아이들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김국진이었습니다. 그는 그런 개그맨이었고, 감자꼴 4인방은 2023년 지금도 대한민국의 예능계에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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