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채널 jtbc의 개국일은 2011년 12월 1일입니다. 혼자 개국한 건 아닙니다. 같은 종편 채널인 MBN, 채널A, TV조선과 함께 손 잡고 개국 축하 쇼도 4개 방송사가 사이좋게 했습니다. 이제부터 말씀드리는 얘기는, 순전히 저의 추측입니다. 추정입니다. 종편이 탄생했던 2011년 그 해, 하고 많은 날들 중에서 굳이 12월 1일 개국을 하겠다고 가장 먼저 주장한 방송사는 jtbc였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3개 채널이 자신들은 아직 개국할 준비가 미흡하니 며칠 미룹시다, 했더라도 jtbc는 자신들만이라도 무조건 12월 1일 개국하겠다고 고집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그렇게 한 거라고 보냐고요? TBC라는 채널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의 추측이 영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구나 고개 끄덕이실 겁니다.
민영방송 TBC 동양방송 개국하다
대한민국에 보급된 TV 수상기가 1만 대도 안 되었던 1961년 12월 31일, 최초의 국영 지상파TV인 KBS-TV가 개국했습니다. 3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TV 수상기가 3만 대 정도 되었던 1964년 12월 7일, TBC-TV가 개국합니다. 신세계백화점 4층과 5층에 자리한 사옥에서 전 사원 65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첫 전파를 쏩니다.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개국 기념 공연 프로그램은 3부인 버라이어티 쇼와 특집 드라마에서 최초의 시도를 합니다. 녹화방송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기술적인 이유로 모든 방송은 생방송을 해왔는데, 녹화기술이 개발되어 녹화가 가능해졌습니다.
TBC가 처음 시도한 건 또 있습니다. 일일연속극입니다. 당시만 해도 드라마를 매일 방영한다는 건 꿈도 못 꾸던 일이었는데, 1970년 TBC가 일일드라마 <아씨>를 방영합니다. 1970년 3월부터 1971년 1월까지 무려 253회 동안 안방극장을 찾습니다. 그 시간에 거리에 사람이 없더라, 하는 말이 나온 것도 <아씨>가 최초였습니다. TBC의 특출 나게 잘했던 장르는 쇼입니다. 개국 때 시작하여 방송사가 막을 내릴 때까지 했던 전무후무한 쇼, <쇼쇼쇼>입니다. 노래와 춤, 코미디가 배합된 버라이어티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13년간 진행을 한 MC 곽규석이 핵심입니다. 성대모사와 원맨쇼로 인기를 끌었고 영화에도 다수 출연했습니다. 후라이보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습니다. <쇼쇼쇼>는 수많은 스타를 배출합니다. 조영남, 김추자, 남진, 송창식, 윤형주 등이 있고 많은 가수들이 이 무대로 데뷔했습니다.
<고전유머극장>을 아시나요?
코미디 프로그램도 잘 만들었습니다. 특히 1976년 시작한 <고전유머극장>이 대표적이었는데요, 1969년 개국하자마다 국민적 인기를 끈 MBC의 <웃으면 복이와요>를 이기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 프로그램입니다. MBC에서 코미디 전문 피디와 작가를 영입해 오고, 코미디언 중에서는 배삼룡을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첫 녹화를 하는 날, TBC 스튜디오로 와야 하는 배삼룡이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배삼룡의 이적이 유출되어 분개한 MBC 피디들이 배삼룡을 납치한 겁니다. 소식을 접한 TBC 피디들은 부랴부랴 MBC를 찾아갔고, 양 사의 피디들은 백주대낮에 거리에서 몸싸움을 합니다. 이 스토리가 그 유명한 '배삼룡 납치 사건'입니다. 결국 배삼룡은 MBC에 남고, 서영춘과 송해가 넘어옵니다.
누구든 악에 바치거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기적적인 힘을 발휘하는 법인가 봅니다. 작가 김일태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고 제안합니다. 1시간 짜리 코미디를 해보자고 합니다. <웃으면 복이 와요>도 10분 내외의 코너들도 구성되어 있었고, 드라마가 아니고선 1시간짜리 코미디는 없었습니다. 결국, 용기를 내어 1시간에 육박하는 코미디 드라마를 시도합니다. 파일럿 형태로 2번에 걸쳐 시험을 합니다. 고전 '맹진사댁 경사'와 '심청전'을 코믹하게 각색하여 방영했고, 대박이 납니다. 그 프로그램이 바로 <고전유머극장>입니다.
TBC의 드라마와 쇼, 코미디는 당시 KBS, MBC와 함께 트로이카 체제에서 우위를 점하며 순항합니다. 하지만, 역사는 TBC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1979년 12월 12일 두 번째 군사 쿠데타가 일어납니다.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정부는 기존의 언론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이른바 '언론통폐합' 조치를 합니다. 전국의 방송사들과 신문사들을 정권 입맛에 맞게 없애고, 합치고, 분리시키는 등의 작업을 했습니다. TBC는 방송사가 폐지되는 운명을 맞이합니다. KBS-2TV가 여기에서 나온 겁니다. 1980년 11월 30일 밤 9시 30분, <TBC 가족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2시간짜리 프로그램으로 작별을 고합니다. 이 날을 끝으로 방송사 TBC-TV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특별했던 방송 TBC-TV
방송작가로서 볼 때, TBC가 했던 프로그램들은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찬탄을 금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은 작가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정규 드라마가 있었다는 겁니다. <유호극장>. 드라마 작가 유호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김수현극장, 노희경극장, 김은숙극장인 겁니다. 무려 5년이나 방영했습니다.
이쯤에서 서두에서 말씀드린 이야기를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왜 종편사 jtbc가 12월 1일 개국을 한 것일까. 눈치 채신 분들 계시겠지만, TBC가 마지막 방송을 한 날짜를 보시면 느낌이 오실 겁니다. 11월 30일이었습니다. jtbc의 첫 글자 j는 무슨 뜻일까요. 중앙일보의 방송사니 중앙의 j라고 알고 계신 분이 많을 겁니다.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뜻이 숨겨져 있지는 않을까 합니다. j의 뜻은 '제2의'가 아닐까 하고요. 다시 말해 jtbc는 '제2의 TBC'인 겁니다. 아버지 TBC가 11월 30일에 끝났으니, 12월 1일 시작해야 온전한 부활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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